최도선

저는 4월 초에 2주간 스페인을 방문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중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이민가서 살고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들과의 대화와 본것 그리고 배운 사항들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스페인 물가
개인적으로는 8년만에 스페인에 왔습니다.
첫인상은 물가가 너무 싸다는 것입니다.
미국 뉴욕과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여러 유럽 국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저렴했습니다.
심지어 아르헨티나 보다도 외식비나 슈퍼의 생필품 등은 가격이 낮았습니다.
물론 유류비, 공공요금, 주거비 등은 비교 대상에 따라 다를 수가 있지만, 현재 아르헨티나의 생활비가 달러 기준으로 급등하고 있고, 공산품도 고가라서 더 싸게 느껴집니다.
스페인의 생활비나 물가 수준은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등 대도시들도 아르헨티나 보다 낮지만, 지방 소도시는 더 저렴합니다.

2. 스페인 사람들 수입
현재 북유럽보다 월등히 낮은 편입니다.
일반 아르바이트 월급은 1,000 유로가 평균이며, 2,000 유로, 3,000 유로 월급은 많지 않습니다.
이정도 수입으로는 여유로운 삶을 누리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생활 만족도는 높아 보였습니다.
낮은 수입에 스페인의 출산율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같이 0.7명의 수준은 아니지만, 모든 선진국들의 공통적인 문제지만, 현재 1.16명이며 40대 여성들의 출산이 27세 이하의 여성 출산율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이는 낮은 수입으로 40대까지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출산을 미루다가 자녀를 갖기 때문입니다.
이로인해 대부분의 가정이 1명의 자녀만 갖게 됩니다.
게다가 이민자를 제외한 순수 스페인 사람들의 출산율은 더욱 낮은 형편입니다.

3. 스페인 속의 아르헨티나인
스페인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관이 발표한 아르헨티나인 공식적인 숫자는 42만명 입니다.
2000년대 초 아르헨티나 경제 파동 때 아르헨티나인들이 대거로 스페인으로 이주하였습니다. 이후 2008년 스페인의 부동산 붕괴로 경제 위기 때는 아르헨티나인들이 다시 돌아오거나 제3국으로 이주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부터 다시 아르헨티나인들의 스페인 이주는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식 집계가 42만명이지만, 스페인 귀화자와 집계되지 않은 사람들과 불법체류자를 합치면 실제로는 100만명이 넘는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전세계에서 아르헨티나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살고있는 도시는 바르셀로나이고, 이 도시가 속한 카탈루냐 주에는 약 30만명의 아르헨티나인들이 거주합니다.
이는 카탈루냐 주 인구의 약 4%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며, 이외에도 마드리드, 말라가 등에 아르헨티나인들이 몰려살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이민자들 연령대는 20,30대가 가장 많습니다. 이들은 주로 고학력자로 새로운 삶을 위하여 이주하였고, 그 다음은 40,50대의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로 자신보다는 자녀들의 미래를 위하여 스페인에 이주한 사람들 입니다.
이렇게 너무 많은 아르헨티나인들이 스페인에 이주하여 살다보니, 가족이 가족을 부르고, 지인이 지인을 초청하여 점점 더 많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이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4. 아르헨티나인들의 삶
각 이민자의 상황이 모두 다르겠지만, 다양한 업종과 직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바르셀로나에는 스페인에 정착한 아르헨티나 기업인협회가 있는데, 가입한 기업이 무려 300개입니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들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분야의 사업이 많을까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페인에 정착한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식품 수입과 자체 생산업체들 입니다.
한가지 예를보면 30년 전에 북프랑스에서 아르헨티나인이 설립한 Franco Argentina라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아르헨티나의 제르바 마떼, 알파호르, 둘세 데 레체, 비노 심지어 의류까지 수입합니다. 수입한 물건을 전유럽에 유통하고 있으며, 스페인에는 5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프랑스에서 Chimbote 상표로 둘세 데 레체를 생산하여 전유럽에 팔고 있으며 30개국에 수출도 합니다. 또 엠빠나다 피도 생산하며, Gusto Argentina라는 상표의 알파호르도 생산하는 등 취급하는 물건이 정말 많습니다.
알파호르 생산량은 연간 2천만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런 대회사가 Franco Argentina 하나만이 아닙니다.
바르셀로나 시에는 Mardel 회사가 20년 전부터 Franco Argenina 회사와 동일한 사업을 진행하며 경쟁 중입니다. 이 회사도 연간 2천만개의 알파호르를 생산합니다. 여기에 아르헨티나 기업 Havana가 얼마전 투자해서 현지에서 알파호르를 생산하는 등 알파호르 한 품목에서 경쟁하는 아르헨티나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와같이 아르헨티나 고유의 품목인 알파호르와 둘세 데 레체까지 유럽에 파고들어 생산, 판매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5. 엠빠나다 스페인에서 아르헨티나 엠빠나다 가게가 길거리에 즐비합니다. 이는 8년 전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는 보지못한 광경입니다. 엠빠나다 전문 판매점 “El Tio Bigote”는 바르셀로나에 40개의 매장을 보유 중입니다. 그리고 마드리드에는 “Malvon” 매장이 40개 넘게 성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스페인의 카페, 식당, 슈퍼에서 엠빠나다를 판매하고 있어 스페인 문화의 한부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Franco Argentina 회사는 생산 설비를 확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l Tio Bigote” 판매점에 들어서면,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창업자의 조부는 스페인에서 아르헨티나로 기회를 찾아 이주했고, 아르헨티나에 정착해 살았으며, 이제 손자들은 엠빠나다를 가지고 다시 스페인으로 가서 사업을 하고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를보면 사업 성공에는 고유 콘텐츠, 정체성 그리고 스토리텔링도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알았습니다. 이외에 Mar del Plata 시의 Ogham 맥주와 Sao 상표의 메디아 루나까지 스페인에 진출해 생산과 유통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제르바 마떼가 어느정도 보급되고 있는데, 둘세 데 레체와 알파호르를 판매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6. 부동산 투자 아르헨티나인들은 부동산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같은 대도시는 에어비엔비와 같은 부동산 대여를 강하게 통제하여,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2-3%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방 소도시들은 부동산도 저렴하고 주거지 부족으로 연간 10-12%의 수익률이 보장됩니다. 이런 지방 소도시에 소형 아파트를 구입해 사업하는 아르헨티나 사람도 만났고, 마드리드 중심에 아파트를 짓거나, 오래된 건물을 매입해 수리, 개조하는 사업을 하는 사람도 만났습니다.

7. 유명인이 된 아르헨티나 출신 중국인 아시아계 아르헨티나 사람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도 있습니다. 아시아계 최초로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의원이 된 중국계 Fernanado Yuan의 친동생 Cristian Yuan이 주인공입니다. 그는 중국 본토 사람으로 어릴 때 부모를 따라 이민와서 아르헨티나에서 초, 중학교와 부에노스 아이레스 법대를 졸업했습니다. 2000년 초에 변호사가 되었지만, 경기 위기로 일이 없자 무작정 스페인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마드리드의 법률사무소에 직장을 구했습니다. 스페인 변호사들도 경력이 있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시기에 그는 스페인 변호사 자격증도 없는 상태에서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이때는 중국기업들이 전세계에 투자를 위해 진출하고 있었습니다. 스페인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Cristian은 스페인에 진출하는 중국기업들의 투자를 거의 독점해 안착시켰고, 이 때문에 스페인에서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이는 아르헨티나 끌라린 신문에도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자신을 고용했던 스페인 변호사들을 자신이 고용하면서, 중국에서 6개월, 스페인에서 6개월씩 일합니다. 이렇게 때도 잘만나야 하지만, 어릴 때 아르헨티나로 이민해서 고학력을 갖고, 동시에 중국어를 완벽히 구사할 능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8. 스페인 사람들의 아르헨티나인에 대한 인식 과거 90년대, 2000년대 초에는 남미에서 이주한 수다쟁이라고 업신여기며 차별이 극심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직도 아르헨티나인들의 말을 100% 신뢰하지는 않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매력이 있으며, 아르헨티나 문화에 심취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같은 라틴계 사람들로 스페인 문화와 동질성이 많아 여러 사업에서 자리잡고 있는 것같습니자. 그렇지만 스페인 고유문화와 이르헨티나 문화는 분명히 차이점도 존재합니다. 이런 가운데서 스페인에 정착하여 사업하는 이르헨티나 기업인들을 만나고 느낀 점이 많습니다. 대부분 이르헨티나에서 고학력을 취득한 고급인력이고, 젊은 기업가들이 아르헨티나가 아닌 스페인에 투자하여 사업을 하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 얼마나 손해일까요. 아르헨티나에 살고있는 사람으로, 기업하고 있는 사람으로 정말 아쉬웠습니다. 또 한국인들이 전세계에 이주하여 많은 성공을 거둔 것과 같이, 아르헨티나 사람들도 창조적이며, 새로운 삶에 적응하며, 여러분야에서 성공을 하고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9. 이민자의 삶 바르셀로나는 휴양지로 유명하며, 많은 한국식당도 있습니다. 한식당은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운영하기도 하지만, 중국 조선족 분들도 많은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또 카탈루냐 한인회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르헨티나에 살면서 대체적으로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한인들보다 진취적이지 않고, 부지런하지 않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이민자들은 모두 같은 것같습니다. 제가 만난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창의적으로 스페인 사람들에게 매혹적인 면모를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르헨티나에 살고있는 우리 한인들은 어떤점을 배우고, 어떤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문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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