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박영 시인, 한국 문학지 ‘문학고을’ 신인문학상 당선… 공식 등단

아르헨티나 교민 박 영 씨가 한국 문학지 ‘문학고을’이 주최한 2026년 상반기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며 시인으로 공식 등단했다.
현재 재아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박 시인은 앞서 2023년 동포청 주최 문예 공모전에서 시 ‘까마중’과 ‘어머니’로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박 시인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6년 아르헨티나로 이민했으며, 경희대학교 학사와 중부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번 등단을 통해 박 시인은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백꽃 앞에서
박 영

흰 바람 스미는 바닷가 언덕
파도 소리마저 낮게 잠들었네

붉은 동백 한 송이
눈 속에 불씨처럼 피어

아무도 찾지 않는 계절 끝에서
스스로를 밝히고 있구나

찬 서리 내려
잎 끝이 떨려도
꽃은 말이 없고

지는 법을 알면서도
고요히 피어 있는 마음

석양은 붉게 물들어
꽃과 하늘이 서로 닮아가니

나는 그 곁에 서서
다만,
한숨 고르고
저무는 빛 속으로 돌아가노라.

겨울 마당
박 영

눈 쌓인 마당 끝
낡은 새끼줄에
시래기가 길게 매달려 있다.

어머니는 말없이
삶은 무청을 털어 올려
겨울 하늘에 걸어 두셨다.

후드득 떨어지던 물방울
그 아래 서 있던 어린 나는
그것이 가난의 소리인지
사랑의 소리인지 알지 못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마른 잎들은 몸을 비틀며 울고
사각사각 기도처럼 부딪혔다.

저녁이면
된장국 속에서 천천히 풀어지던
검은 인맥 사이로
어머니의 하루가 녹아들었다.

한 그릇 국을 마시며
나는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고 믿었다.

지금
먼 도시의 창가에 서면
눈 대신 불빛이 내리고
새끼줄 대신 전깃줄이 흔들리지만

내 안에는 아직
그 겨울 마당이 있다.

끝내 떨어지지 않으려
하늘에 매달려 있던 것들처럼

나 또한
그리움에 매달린 채
조용히
겨울을 건너고 있다.

그릇 하나
박 영

나는 오늘
빈 그릇을 하나 씻었다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어제의 바람이 마르고 있었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만
그릇은 비어 있을 때
가장 둥글다

새가 날아간 자리에는
하늘이 남고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침묵이 남는다

침묵은
상처가 아니라
꽃이 피기 전의 시간

나는 안다
흐르는 강물은
자신이 강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
내 마음도
강가에 놓인 그릇처럼
비워둔다

바람이 와서
잠시 머물 수 있도록,

박 영 시인의<동백꽃 앞에서><겨울 마당>
침묵의 아름다움과 회상의 언어

박영 시인의 <동백꽃 앞에서>는 자연 속 한 장면을 통해 존재의 태도를 성찰하는 작품이다, 또한 동양적 정적 미학과 한국 현대 서정시의 존재 성찰 계열과 깊이 연결되는 작품이다. “흰 바람 스미는 바닷가 언덕 / 파도 소리마저 낮게 잠들었네”라는 시어를 통해 바람과 파도는 움직이는 자연이지만, ‘잠들었다’는 표현을 통해 정지된 시간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 정적(靜寂)의 분위기는 이후 등장하는 동백꽃의 상징을 받아들이기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동양적 미학에서 고요는 단순한
침묵과 동시에 사유가 깊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작품을 읽으며 느껴지는 여리고 강한 서정이 동양화와 닮았다. 그 서정은 동백의 자세 때문인데 시에서 동백은 타인을 위해 피는 꽃이 아니고 스스로의 존재를 위해 피는 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실존주의적 사유와도 연결된다. 특히 Albert Camus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도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야 하는 존재다. 이 시의 동백 역시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자신을 밝히고 있다. 특히 “지는 법을 알면서도 / 고요히 피어 있는 마음”은 너무 아름다운 시어다. 박영 시인은 동백꽃이라는 상징을 통해 유한한 삶 속에서도 고요히 자신을 밝히는 존재의 태도를 드러낸 서정을 담담히 보여준다.

<겨울 마당>은 어린 시절의 생활 풍경을 통한 서정과 리얼리즘을 개인의 기억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눈 쌓인 마당 끝 / 낡은 새끼줄에 / 시래기가 길게 매달려 있다”라는 사실적인 묘사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매달려 있다’라는 시어의 반복을 통해 시인의 정서를 전달한다. 특히 “된장국 속에서 천천히 풀어지던 / 검은 인맥 사이로 / 어머니의 하루가 녹아들었다”라는 시어는 매우 뛰어난 상징이다. 국 속의 시래기는 말없이 삶은 무청을 걸어 둔 엄마의 결과물이며, 그 속에 어머니의 하루라는 삶이 들어 있다. 이것은
화자에게 보내주는 따뜻함으로 전해진다. 그 따뜻함을 잊지 않고 “끝내 떨어지지 않으려 / 하늘에 매달려 있던 것들처럼

 / 나 또한 / 그리움에 매달린 채”로 존재하는 화자의 모습은 매우 깊은 울림을 준다. 사물 → 기억 → 현재 →
성찰이라는 구조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뜻밖에 만난 선물처럼 매우 아름다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보여줬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One thought on “[교민 소식] 교민 박영 시인, 한국 문학지 ‘문학고을’ 신인문학상 당선 … 공식 등단”
  1. 정말 아름다운 시네요! 특히 ‘흰 바람 스미는 바닷가…’ 부분에서 느껴지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동백꽃의 이미지와 함께 시인의 생각도 깊이 와닿았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