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금요일)은 예정대로 부에노스아이레스 팔레르모에 위치한 멕시코 국영 출판사가 운영하는 서점 Fondo de Cultura에서 필라르 알바레스(Pilar Álvarez) 교수의 신간 『할머니』 출판 기념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약 100여 명의 독자들이 참석하였고, 사회학·국제학·한국학 분야의 학자들 뿐 아니라 현지 외교관 등 다양한 분들께서 자리를 함께해 알바레스 교수의 신간 발표를 매우 진지하게 경청해 주셨습니다.
또한 부인회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한국 음식과 다과가 제공되며 뜻깊고 성대한 행사가 되었습니다.
해당 신간 도서와 관련해 오늘(28일) 현지 일간지 La Nación에 실린 기사를 아래와 같이 공유 드립니다.

할머니들이 말했을 때: 한국 현대사를 바꾼 혁명
일본군 성 노예제 생존자들의 운동은 기억과 인권에 대한 새로운 대화를 열었다. 오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소개되는 책 『할머니(Halmoni)』는 그 길을 재구성하며, 출판 현상을 일으킨 『풀(“Hierba”)』과도 대화를 나눈다.
2025년 11월 28일
마리아 벨렌 카르바예이라

[사진] 한국인 할머니들의 혁명, 즉 일본군 성 노예제 생존자들이 시작한 운동은 최근 몇 년 사이 큰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1991년 8월, 70세가 훌쩍 넘은 한국 여성 김학순 은 193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군이 전쟁 전과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가동한 성 노예제의 피해자였음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증언하기로 결심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예상치 못한 운동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후 “할머니들의 혁명”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전까지 이 역사는 거의 완전히 사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대부분 농촌 출신이었던 피해자들은 어린 시절 또는 청소년기에 마을에서 강제로 끌려갔고, 오랜 세월 침묵 속에 살아야 했다. 당시 사회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 첫 목소리 이후, 다른 여성들도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 대만, 필리핀, 심지어 네덜란드까지 퍼져, 한 유럽인 생존자가 한국 방송의 증언을 보고 자신의 경험을 처음 인정하게 만들었다.

이 운동은 동아시아의 공적 기억을 완전히 바꾸었다. “할머니(Halmoni)”라 불리기 시작한 이들은 사회운동의 중심 인물이 되었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이어지는 시위, 교육 프로그램, 박물관, 돌봄 시설 등 다양한 활동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들의 등장은 식민주의, 성폭력, 정의, 역사적 배상에 대한 새로운 대화를 촉발했다. 이는 한국 사회가 민주화 과정과 최근 역사적 과거에 대한 논쟁을 거치던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 할머니들의 혁명은 일본군 성 노예제의 범죄를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세대가 진실과 정의를 요구하는 길을 열었다.

역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피해자 수는 수만 명에서 최대 4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일본 정부가 군 문서를 완전히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9년에 공개된 한 문서에는 중국에 주둔한 일본군 부대가 “군인 70명당 위안부 1명”을 요구한 기록이 있어, 이 제도의 조직적 성격을 보여준다.

전쟁이 끝난 뒤 “위안부”로 불린 많은 여성들은 버려지거나, 범죄를 숨기려던 일본군에 의해 살해되었다. 살아남은 이들 역시 귀향 비용조차 없어 돌아갈 수 없었고, 국가적 지원도 전혀 없었다.

이 역사적 여정을 다룬 책 『할머니: 한국 할머니들의 혁명』은 아르헨티나 연구자 마리아 델 피라르 알바레스가 집필했으며, 오늘 오후 6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멕시코 국립출판사 서점(Fondo de Cultura Económica, Costa Rica 4568)에서 소개된다. 11월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국문화의 달’로, 이번 행사는 공식 프로그램에 속하지는 않지만, 도시 전반에서 높아지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분위기 속에 자리한다.

알바레스는 정치학자이자 대학 교수이며 CONICET 연구원으로, 20년 가까이 이 문제를 연구해 왔다. “처음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지 20년 후 책을 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녀는 2004년 장학생으로 한국에 거주하며 서울 외곽의 일본군 성노예제 박물관을 방문한 뒤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피해자들의 육성을 듣는 경험이 매우 강렬했어요. 그때부터 탈식민주의 논의와 한일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후 그녀는 한국, 중국 본토, 대만 등에 있는 피해 생존자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구(舊) 위안소와 돌봄 시설을 방문하며 활동가들과 함께했다. “이 여성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그분들을 만나는 일은 늘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엄격한 문화 규범 속에서 침묵을 강요 받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도 꾸준히 관찰했다. “제가 연구를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은 훨씬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시위와 박물관 활동에 적극 참여하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생존자 대부분이 지난 10년 사이 세상을 떠났다. 어떤 나라에는 이제 생존자가 한 명도 남아 있지 않다. “이제 그분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어떻게 그 기억을 전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그녀의 책은 역사, 기록, 활동가와의 대화, 현장 조사 등을 결합한 20년의 여정이다.

『풀(Hierba)』 이후 다시 주목받은 이야기

한국 예술가 금숙 겐드리-김의 그래픽노블 『풀』이 세계적 성공을 거두며,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전 세계적 재조명을 받았다. 『풀』은 한 한국인 피해자의 생애를 그린 작품으로, 15개 언어 이상으로 번역되었다. 금숙 작가는 올해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도서전에 참석해 알바레스와 함께 기억·표상·역사적 트라우마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알바레스는 “그의 시각은 매우 ‘한국적’이었습니다.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외에 이주한 작가가 많은 상황에서 흔치 않은 경험이죠. 그녀를 보면서 제가 한국에서 만났던 많은 분들이 떠올랐습니다.”라고 말한다. 『풀』에는 알바레스가 한국의 한 돌봄 시설에서 직접 만난 생존자도 등장해 두 저작 사이에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

오늘 소개되는 『할머니(Halmoni)』는 그 모든 여정을 되살린다. 처음 용기를 내어 입을 연 여성들, 그 증언이 불러온 연대, 한국 현대사를 바꾼 사회운동, 그리고 이 기억이 지금 다국적 독자들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조명한다.

이와 같이, 현지 사회는 올해 4~5월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도서전에서 전시된 소녀상과 김금숙 작가의 『풀』 출간에 이어, 알바레스 교수의 신간 출판을 통해 그동안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던 동아시아·동남아시아 현대사와 한국의 비극적 역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한국 할머니들의 역사가 어떠한 이념적 목적이나 정치적 이유로 왜곡되거나 특정 이슈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이는 단지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며, 아르헨티나 사회가 동아시아의 과거와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아르헨티나 사회의 국제화를 촉진하고, 동아시아에 대한 보편적 이해를 넓히며, 한국에 대한 공감과 인식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양국 간 문화적 공유를 확대하는 적극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특히 오늘 행사에서 깊이 감사하게 생각한 점은, 일본계 현지인 파블로 가비라티(Pablo Gavirati) 사회학 교수가 자신의 학생들과 함께 참석해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가비라티 교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 사회학과에 재직 중이며, 일본 군국주의와 제국주의가 동아시아 국가들에 어떠한 고통을 안겼는지는 물론, 자국 국민—특히 오키나와 주민들에게—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했는지 알리는 데 헌신하고 있는 지식인입니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의 역사적 만행을 조명하는 저서를 준비 중이며, 3년 전 제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 사진전을 개최했을 때에도 학생들을 인솔하여 전시장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물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역사를 직접적으로 소개하지 않고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3~4년간 소녀상 건립을 위해 노력해 오면서, 진정한 공감대는 아픔과 고통의 역사에 대한 진솔한 이해 위에서 더욱 깊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바 있습니다.

올해 이러한 여러 성과가 있기까지 함께 협력해 주신 모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오늘 행사에서 정성껏 다과를 준비해 주신 부인회 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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