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차세대 동포 모국 초청연수’주관 김영근 재외동포협력센터장을 만나다

한 달간 6회 걸쳐 75개국 학생 참여
한국 발전상 체험, 역사와 문화 배워

K-컬처 열풍 덕에 절반이 한국말 잘해
사업 규모 2028년 연 6000명으로 확대

김영근 재외동포협력센터장은 “차세대 동포들이 한인 정체성을 확립하고 거주국에서 1등 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조인기·[사진 재외동포협력센터]

김영근 재외동포협력센터장은 “차세대 동포들이 한인 정체성을 확립하고 거주국에서 1등 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조인기·[사진 재외동포협력센터]기온이 34도까지 치솟은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은 모국을 배우러 온 재외동포 청소년 300명으로 북적였다. 연두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학생들은 서툴지만 정성껏 태극기를 그리고, K-팝에 맞춰 장기자랑을 하며 ‘하나’가 됐다. 이들은 재외동포청이 주최하고 재외동포협력센터가 주관한 ‘2024 차세대 동포 모국 초청연수’ 참가자들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영근 재외동포협력센터장은 “이번 연수를 통해 차세대 동포들이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모국과 거주국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앞으로 모국과의 연결고리를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영근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김영근 센터장이 학생들과 게임을 하는 모습. 프리랜서 조인기·[사진 재외동포협력센터]

김영근 센터장이 학생들과 게임을 하는 모습. 프리랜서 조인기·[사진 재외동포협력센터]

Q : 2024 모국 초청연수 행사를 모두 마쳤다.

“지난 7월부터 한 달 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75개국 1800명의 재외동포 중·고생과 대학생들이 한국에 다녀갔다. 많은 인원이 왔는데 큰 사고 없이 마무리돼 기쁘다. 모국 초청연수는 재외동포 청소년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고, 한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줘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1998년 재외동포재단 때부터 시행해왔다. 올해는 연수 규모를 확대한 첫해다. 프로그램과 운영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Q : 매년 모국 초청연수를 시행하는 이유는.

“재외동포 700만 시대다. 올해로 러시아 이민은 160주년, 미국 이민의 시초인 하와이 이민은 121주년이 됐다. 재외동포 3, 4세로 내려갈수록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옅어지고 있다. 그들에게 부모님, 할머니·할아버지의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가르쳐줘야 한다. 이스라엘 민족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자신이 이스라엘 출신이란 걸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조국에 무슨 일이 생기면, 이스라엘에 가보지 않은 친구들도 하나로 뭉친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의 이민 3, 4세에게도 그들의 아이덴티티, 바로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줘야 한다.”

Q : 주로 어떤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나.

“참가자들은 서울·인천·경주 등 주요 지역을 돌아보며 한국의 발전상을 체험하고 역사와 문화를 배웠다. 천안 독립기념관과 용인 한국민속촌 등을 견학하고 국내 청소년과 교류하는 시간도 가졌다. 각자 사는 나라는 다르지만, 한민족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청소년끼리 금세 공감대를 형성하더라.”

Q : 예전 행사보다 신경 쓴 부분은.

“연수 전문화를 위해 표준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전문가 지원단을 운영했다. 특히 300명이 6박 7일간 모든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인천시와 경주시 등 지자체의 협조를 받아 안전하고 쾌적한 연수 환경도 제공했다.”

Q :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선발 과정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K-컬처 열풍 덕분인지 경쟁률이 높았다. 먼저 참가자들의 한국어 수준이 과거와 확연히 달랐다. 10년 전에는 3분의 2가량이 한국말을 못하거나 서툴렀는데, 올해는 절반 이상이 잘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모국에 대한 인식이다. 학생들 대부분이 자신이 한국인이란 걸 자랑스러워했다. K-팝의 인기 또한 대단했다. 장기자랑 때 모두 아이돌 스타처럼 춤추고 노래했다. 문화가 가진 파급력이 엄청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Q :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

“세네갈에서 온 한 여학생이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데 눈에 띄게 한국말을 잘했다. 주말마다 재외동포청에서 지원하는 한글학교에 다녔다더라. 그 학생은 세네갈에 돌아가면 현지 친구들에게 한국에 대해 자세히 알려줄 거라며 기뻐했다. 어찌 보면 이런 청년 하나하나가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외교사절이다. 그리고 해외 한글학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글 교육에 애정을 가지고 봉사를 하는 고마운 분들이다.”

Q : 모국 초청연수 참가 희망자가 늘고 있다.

“재외동포정책 기본계획에 따라 사업 규모 역시 2028년까지 연간 6000명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차세대 동포들이 한민족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니즈에 맞는 특화 프로그램을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Q : 행사를 진행하며 어려움은 없었나.

“올여름은 유난히 비도 많이 오고 더워서 야외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지 못했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더욱 심각해질 텐데, 이것 역시 걱정이다. 또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관계기관·지자체의 협조 없이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재외동포 교육문화센터 조감도. 프리랜서 조인기·[사진 재외동포협력센터]

재외동포 교육문화센터 조감도. 프리랜서 조인기·[사진 재외동포협력센터]

Q : 재외동포 1세대 기록이 소실되고 있다.

“기록물들을 수집·보존·활용할 곳이 필요하다. 2026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재외동포 교육문화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다. 재외동포 이주 역사·아카이브 기록물을 전시하고, 차세대 동포를 대상으로 한국어·역사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 299억원 가운데 252억원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나머지 47억원은 동포사회 기부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잊혀가는 1세대 역사 기록을 위한 구술채록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광부 간호사, 중앙아시아 고려인 동포, 사할린 동포들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올해는 멕시코, 쿠바를 다녀올 예정이다.”

Q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A : “전 세계 180개국에 한국 이민자가 나가 있다. 글로벌 시대, 국경은 사라졌다. 어디에 있든 ‘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재외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일부 존재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한민족임을 인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길 바란다.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700만 재외동포들이 한국의 뿌리를 잊지 않고 당당히 세계 시민으로 활약할 때, 대한민국이 보다 빠르게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박지원 중앙일보M&P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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