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은(한인회 문화부회장 글)
Centenario 공원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 지도에서 한가운데 있다.
지역은 Caballito이고, 면적은 12 헥타르이다.
공원에는 자연과학박물관, 천문인협회, 체육 시설, 호수와 더불어 1,650석의 야외극장이 있다.
이 야외극장의 공식 스폰서는 시정부와 계약한 피보디 (Peabody) 회사와 만영재단이다.
피보디와 만영재단을 운영하는 최도선은 이 야외극장에 운영비 외에, 맨처음 수리비로 약 5만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필자가 주목한 점은 이런 투자나 스폰서 이름이 아니다.
최도선이 10대 였을때부터 알고지냈던 나의 느낌은, 이제 정말 하고싶었던 일을 하는구나, 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를 성공한 사업가로 알고있다.
하지만 최도선은 경영자 이전에 예술가이다.
필자와는 1984년 “주간 우리들”에서 같이 일하면서 만났다.
당시 “주간 우리들”에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몇 분과 대학생 최도선이 번역을, 필자는 교정을 담당했는데, 그의 번역이 발군이었어 가끔은 감탄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육 만을 받은 사람이 한 번역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최도선은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그것도 클래식 음악이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Radio Cultura Musical과 Amadeus Cultura Musical 방송국에서, La Arcadia (도원경 혹은 유토피아), Violines y Violinistas (바이올린 곡과 연주자들), Una Discoteca de Colección (한장의 컬렉션 레코드) 3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최도선의 미술에 대한 관점도 남다르다.
그는 2007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미켈란제로의 “다비드”를 보고 깨달은 바가 있어, 회사 제품 라인업을 바꿨다.
그리고 디자인 산업 지원과 공모전, 사진 공모전으로 이 부문을 꾸준히 후원했다.
그 결과 피보디 (Peabody)회사는 2022년 세계 3대 디자인대회 회사인 독일의 레드닷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런 최도선의 예술 전반에 관한 이해와 실력은 본인의 능력도 출중하지만, 집안의 내력도 무시할 수 없다.
작년말, 필자는 신문과 주간지가 모두 사라진 교민사회에서 기록을 위해서도 웹사이트의 필요성에 최도선과 공감대를 이루고 의논하기 위해 만났다.
그를 만나기 위해 피보디 (Peabody)회사를 방문했는데, 입구 왼쪽에 벽면을 가득채운 흑백 국자 사진이 걸려있었다.
이 국자는 최도선의 아버지 최만영 (1924년, 평안북도 의주)이 1952년 부산 포로수용소에서 미군이 버린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을 주어 나무와 망치, 가위를 사용하고 돌에 갈아서 만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국자”가 머릿속에 계속 떠돌고 있었다.
28살의 청년이 포로수용소라는 열악한 환경과 생사의 갈림길에서 무엇을 만들고 제작한다는 의미를 생각했다.
그것은 단순한 “국자”가 아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분출된 창의력과 예술적인 정열의 표현이었다.
최도선의 동생 도민은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 예술과 교수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미학을 강의한다.
예술에 대한 이해와 감상은, 공부도 필요하지만 타고난 감각도 있어야한다.
예술은 경제적 뒷받침이 없으면 하기 힘들지만, 부자라도 타고난 기질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
이 모두를 갖추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 문화예술 공연의 한축을 후원하는 최도선에게 교민 여러분들의 많은 조언과 응원을 부탁한다.